한줄 평 :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타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우러나온다.
서두 (Front Matter)
- 표지 (Title Page)
- 개정 이력 (Revision History)
2018년 11월 04일 작성
- 그림
- 서문
사랑하는 습관은 도리스 레싱의 실제 경험담에서 쓰여진 단편소설이다. 그녀의 나이 40에 젊은이와 늙은이로 부터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느낀 점을
글로 표현 한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느껴진다.
본문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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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남자의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습관'을 읽고 나서
한줄 평 :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타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우러나온다.
'사랑하는 습관'은 1994년에 출판된 단편모음집 중 9편을 다시 모은 책으로 그 9편 중 한 편이다.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 - 1994년 출판 , 총 20편의 단편
11편 : 19호실로 가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 옥상 위의 여자 , 내가 마침내 심장을 잃은 사연 , 한 남자와 두 여자 , 방 , 영국 대 영국 , 두 도공 , 남자와 남자 사이 , 목격자 , 20년 , 19호실로 가다'
9편 : 사랑하는 습관
'사랑하는 습관 , 그 여자 , 동굴을 지나서 , 즐거움 , 스탈린이 죽은 날 , 와인 , 그 남자 , 다른 여자 , 낙원에 뜬 신의 눈'
사랑하는 습관은 읽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훑으면서 캐릭터들을 메모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조지 탤벗 : 연극계의 거물로 나이 많은 늙은이.. 사랑을 습관처럼 함
마이러 : 조지의 옛 동거녀, 조지가 사랑을 구걸하지만 열정이 식어 거부 함
몰리 : 조지의 옛 아내, 조지가 재혼을 구걸하지만 그 바람기에 질려 거부 함
보비 : 조지가 아플 때 몰리가 소개해준 간병인. 조지와 결혼 함
재키 : 보비가 연극 연기 할때 상대 배우. 보비가 애정해 하지만 재키는 아님
도리스 레싱이 '사랑하는 습관'을 저술 할 때의 그녀의 상태 : 어느 잘생긴 청년을 사랑고하 있었으며 동시에 유명하고 나이 많은 배우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 40세에......
보비의 나이가 작품 중 40세로 마무리된다. 아마도 보비가 작가 자신인 도리스 레싱이 아닌가 싶다.
독서노트
'사랑이 습관이 되었다는 표현이 조지의 마음속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그말이 맞다. 그는 생각했다. 충격이 너무 커서 자신의 맨살에 누군가의 맨살이 닿는 느낌........'
보비가 조지에게 한 말이다. '사랑이 습관'이 되었다고.... 실랄하게 조지의 바람기를 돌려서 비판하고 있다.
조지는 연극계의 거물로 나이가 많이든 노인이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 계속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이런 저런 여인들의 배들 거치면서 결국은 자신을 그 나마 아껴준 옛 애인인 마이러와 옛 아내인 몰리에게 다시 고백을 하며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조지의 여성편력을 알기에 거부한다.
어느 날 몸이 몹시 아프게된 조지는 몰리에게 간병인을 부탁한다. 몰리는 간병인으로 보비를 소개해준다. 조지는 "제(자기의) 버릇 개 못준다"고 작업을 걸어 보비와 결혼을 한다.
보비는 조지와 그럭저럭 결혼 생활을 이어가다 일을하게 되고 그 일이 연극배우이다. 극 중 상대자가 재키이며 보비는 재키를 애정한다. 보비와 재키는 나이 차이가 20살이나 난다.
그 정도의 나이 차이가 보비와 조지에서 난다.
이 글을 보고 있자니 조지가 안쓰러워졌다. 자신의 내면이 가난하기에 그 부족함을 자꾸 외부에서 찾는 느낌이었다. 반면, 보비의 무력감에 지친다. 무념무상으로 살아가는...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어 늙어 버려 조지 처럼 내면이 가난하니 껍데기에 집착한다.
도리스 레싱의 소설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작품 속에 극명하게 들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독자가 자기 맘대로 상상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낀 교훈
바람 피지 말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해야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내면도 탄탄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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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Conclusions)
바람 피지 말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해야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내면도 탄탄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 권고사항 (Recommendations)
말미 (Back Matter)
- 목차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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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사랑하는 습관
그 여자
동굴을 지나서
즐거움
스탈린이 죽은 날
와인
그 남자
다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
작품 해설: 도리스 레싱의 1950년대 단편소설(민경숙)
도리스 레싱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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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 (Appendixes)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1919~2013)
1919년 페르시아(지금의 이란)로 이주한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했다. 이후 영국령 남아프리카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가족이 이주하여 식민지 원주민의 삶을 목격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두 번의 이혼을 겪고 1949년 런던으로 이주한 뒤 1950년 첫 장편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한다. 그 후 5부작 《폭력의 아이들》(1952~1969), 《황금 노트북》(1962), 《생존자의 회고록》(1974), 5부작 《아르고스의 카노푸스》(1979~1983) 등 여러 장편소설뿐 아니라 《사랑하는 습관》(1957), 《한 남자와 두 여자》(1963), 《런던 스케치》(1992) 등의 단편집, 희곡, 시집, 자서전을 출간했다. 수많은 작품을 남긴 레싱은 서머싯 몸 상(1954), 메디치 상(1976), 유럽문학상(1981), 셰익스피어 상(1982), 그린차네 카보르 상(1989), 데이비드 코헨 문학상(2001),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2001) 등을 받으며 20세기 후반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2007년에는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레싱은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으나, 2013년 11월 17일 94세의 나이로 영국에서 영면한다. 그러나 레싱은 여전히 영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일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제1·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 성(性)의 전쟁, 붕괴되는 결혼제도·가정·모성, 계급사회,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의 사회, 정치, 문화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가장 잘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있잖아요, 당신은 그저
사랑이 습관이 되었을 뿐이에요.”
타성에 젖어 하루를 살고, 습관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음과 일상을 그려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
* 수록된 전 작품 국내 초역 *
시대를 앞서는 사유와 통찰력으로 현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1950년대 초기 단편소설을 모은 《사랑하는 습관》이 출간되었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1957년에 《사랑하는 습관(The Habit of Loving)》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다가, 1994년에 레싱이 직접 쓴 ‘서문’과 함께 《19호실로 가다(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994년에 출간된 책에 담긴 소설 20편 가운데 9편을 묶은 것으로, 한국에서는 모두 최초로 소개되는 단편들이다. (이 책에 담기지 않은 소설 11편은 2018년 7월 《19호실로 가다》라는 제목으로 문예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되었다.)
《사랑하는 습관》에 담긴 9편의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경험한 유럽 대륙의 모습을 조망하며, 그 시대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이고도 정치적인 사건을 섬세하지만 대담하게 포착하고 있다. 표제작 〈사랑하는 습관〉과 〈그 남자〉, 〈와인〉, 〈다른 여자〉 등은 레싱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이성애 관계에서의 사랑을 담담히 그려냈으며 〈스탈린이 죽은 날〉, 〈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은 전후 유럽에서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그 외에도 〈즐거움〉, 〈동굴을 지나서〉처럼 일상의 소소한 일화와 감정에 주목한 소설도 담겨 있어 다양하고도 새로운 레싱의 작가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위협당한 도시에 대한 보고서
1950년대는 도처에서 전쟁의 후유증과 이념에 의한 갈등이 계속되던 시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은 영국 런던뿐 아니라 전 세계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전쟁에 참여한 많은 남성이 사망하고 거리에는 고아와 여성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공산주의가 대두되었고 영국 사회도 여러 색깔의 이념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안락한 일상과 가정을 파괴하며 개인의 정신적 파탄까지도 불러일으켰다. 이에 영국을 중심으로 기성의 제도에 반항하며 사회를 비판한 작가들이 ‘앵그리 영맨(Angry Young Men)’이라는 이름으로 대두되었는데, 레싱도 그중 한 명이었다. 특히, 그는 1948년 남아프리카 로디지아에서 런던으로 막 이주했기 때문에 1950년대의 황폐화된 유럽의 모습을 그 어떤 작가보다도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레싱은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는 하나의 대안이 공산주의라 생각했고, 영국에 이주해서도 1956년까지 공산당에서 활동하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1950년대 발표된 그의 작품들은 개인 고유의 경험이 시대적, 정치적 비극과 맞물렸을 때 어떠한 상황과 감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며, 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삶을 지켜주는 정치를 위해
전쟁과 정치가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대를 살아왔던 레싱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이전부터 여러 작품을 통해 ‘정치적 올바름’의 한계와 모순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왔다. 〈스탈린이 죽은 날〉은 스탈린의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공산주의자들의 반응을 다룬 소설로, 레싱의 자아로 보이는 화자가 여러 인물과 사건을 회의적으로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인물은 자신만의 생각과 이념 안에 매몰되어 있고 화자는 이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열혈 공산당원인 진은 소설 속 화자의 단편소설이 “계급투쟁에 대해 잘못된 분석”을 했다며 계급투쟁의 진정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공산당에서 활동했던 레싱은 이념과 목적이 뒤바뀐 상황에 회의를 느끼고 비슷한 시기 공산당을 탈퇴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정치적 올바름’에서 드러나는 교조주의적 태도와 불관용의 한계는 당시 레싱이 주로 고민한 부분이었던 듯하다.
정치적 판단에 관한 문제는 〈낙원에 뜬 신의 눈〉에서도 드러난다. 독일의 한 마을로 휴가를 떠난 두 영국인 의사는 전쟁으로 각각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지만 감정적으로 독일을 비난하거나, 도덕적 우월감을 갖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독일인들이 여전히 히틀러를 찬양하고, 도리어 자신들을 비웃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이 마을을 떠나 독일의 이름난 의사인 크롤 박사의 병원에 간 두 영국인은 사지가 묶인 채 병원에 수감된 어린아이를 보고, 크롤 박사가 히틀러 통치 기간에 사회위생을 이유로 유대인과 동성애자, 공산주의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를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으며 고통받는 전쟁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레싱은 〈다른 여자〉의 주인공 로즈의 입을 빌려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직접적인 공포,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이라고 말이다. 적군의 한 착한 청년이 비행기에서 떨어뜨린 폭탄에 맞아 죽고, 화물트럭이 누군가를 치고 지나가는 어이없는 일이야말로 그들의 삶에 닥친 직접적인 공포였다. 로즈는 “히틀러,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 전부 속이 뒤집혀요”라거나 “난 어떤 사상도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며, 개인의 삶보다 ‘힘의 정치’와 이념이 우선이 되어버린 시대상황을 비판한다. 즉, 레싱은 개인의 삶과 일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할 이유라고 보았던 것이다.
폐허가 된 마음, 습관이 된 사랑
남녀 간의 투쟁을 그린 레싱의 작품들은 1960년대로 넘어갈수록 더 냉철하고 예리해지며, 그 이후에도 레싱은 끊임없이 결혼과 성(姓)에 대한 기존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남자〉와 〈다른 여자〉는 레싱이 작가 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부터 이 주제에 큰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남자〉는 바람난 남편 롭을 원망하면서도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애니의 감정을 다룬 짧은 소설이다. 경제생활과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애니는 결국 롭과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가 없으면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어쩔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을 확인한다. 마음이 폐허가 되어버린 인물은 애니만이 아니다. 〈다른 여자〉의 주인공 로즈는 그야말로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전쟁의 폭격으로 아버지도 사지가 찢겨 사망한다. 평생 살던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 폐허에서 로즈가 삶의 의지를 찾을 수 있던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지미 때문이다. 지미를 만나 다시 살고자 한 로즈는 물심양면으로 지미를 지원하며 그와의 결혼을 꿈꾼다. 그러나 로즈의 무한한 사랑에 대한 답은 지미가 전 부인과 이혼하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미뤄왔고,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찾고 있으며 지금도 로즈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뿐이다.
사랑의 허망함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마치 습관처럼 또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한다. 이처럼 사랑과 감정의 악순환을 덤덤히 그려낸 소설이 〈사랑하는 습관〉이다. 이 소설은 50여 년이 넘도록 수많은 여성을 사랑해왔던 조지가 재혼에 실패하고 외로움에 괴로워하다가 서른 살의 나이 차가 나는 젊고 인형 같은 보비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늘 그랬듯,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한다. 그녀를 품에 안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녀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랑’. 단순히 자신의 고독과 비참함을 피하기 위한 ‘사랑’. 보비는 조지의 습관적 사랑에 도리어 외로움을 느끼고 그를 비난하지만, 결국 보비도 조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자신보다 스무 살 어린 청년을 사랑하며 괴로워하다가 종국에는 감정 없는 결혼생활을 택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조지와 보비처럼 사랑을 습관으로 받아들인다. 오늘날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은 현실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거추장스럽고 버거운 것이다. 각자의 마음은 사랑하기 때문에, 또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폐허가 되고 만다. 이처럼 레싱은 일상 속에서 변화되는 ‘사랑’의 형태와 모습, 감상적 ‘사랑’이 아닌 현실의 틀 안에서 존재하는 ‘사랑’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낭만적 ‘사랑’의 개념을 뒤엎고 있다.
그럼에도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레싱은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을 포착하고 이를 신랄하게 그려냈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와인〉은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익숙해진,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다. 그들은 이제 환상을 품지 않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지난 과거에 대해 털어놓는다. 남자는 자신이 한 여자를 거절했던 경험을 말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여자는 15년 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거절당한 경험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슬퍼한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슬픔은 자연스럽게 기화되어 사라지고, 그들은 다시 그렇게 오늘을 살아간다. 〈다른 여자〉의 로즈는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며 새 삶을 살아갈 궁리를 한다. 로즈는 더 이상 지미에게 집착하거나 그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동안 충실히 살아왔기 때문에, 그 경제력과 신념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변화한다. 사랑하는 사람 여럿을 잃었지만, 로즈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질을 입양하며 사랑하는 질과의 새로운 삶을 꿈꾼다.
〈동굴을 지나서〉의 소년 제리는 어머니의 곁을 떠나며 형언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도전 앞에서의 두려움을 극복해내고 성장한 제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평생 변화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령의 작가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글을 썼던 레싱은 자신의 삶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보여주었다.
오늘도 여전히 레싱의 소설을 읽는 이유
레싱은 체호프와 D. H. 로렌스의 사실주의적 전통을 이어왔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위대한 여성작가인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애거서 크리스티의 흔적도 함께 발견된다. 따라서 그동안 레싱은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받은 여성 고유의 경험’을 작품화한 작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카, 세계대전, 인종차별주의, 홀로코스트,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 사회 전반에 걸친 여러 주제에도 폭넓게 관심을 가졌고, 가벼운 스케치 같은 소설부터 깨지고 조각난 삶에 대한 진솔한 논평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재와 경험을 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또한 한 가지 사상이나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지지하지 않았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조용히 관망해왔다. 이러한 자유로움 덕분에 레싱은 충격적일 만큼 신선한 시각으로 사회를 투시하고 개인의 내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레싱은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생존자로서, 그 시대의 삶을 충실히 기록했다. 그들은 일상에서의 정치가 아닌 정치로서의 정치, ‘힘의 정치’를 우선했고, 흔하디흔한 사랑을 했지만 진실한 ‘사랑’은 하지 못했다. 우리는 레싱의 시대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모습 또한 그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우리는 이념과 사건, 추상과 실제, 믿음과 합리적 의심 사이에서 계속해서 투쟁하고, 진실을 직시하기보다 회피한다. 아직 제자리에 멈춰 있다면, 사회를 응시하지도, 스스로를 의심하지도 않고 있다면 레싱의 소설을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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